세상에… 어쩔 수 없는 당신, 요양보호사
지나가는 동네 개마저 물고 다닌다는 웃픈 농담이 따라붙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그만큼이나 흔해졌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저임금,육체적 노동 강도,
정신적 스트레스는 요양보호사라는 이름 앞에 그림자처럼 따라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험난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따뜻한 심성을 지니고,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친부모처럼 존경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감히 발을 들일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직업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저는 동네 어귀에 자리한 사랑 가득한 한가족요양원으로 향합니다. 현관문을 열고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꾹꾹 눌러 담은 채 신발을 갈아 신습니다. 요양원 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특유의 익숙한 듯 낯선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어르신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소란입니다.
"아 야야~ 아야야~" 끊임없이 신음하시는 최#자어르신의 애처로운 목소리, 그리고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김#섭어르신의 짧고 굵은 욕설 "시~^발"…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는 당황스러움과 안쓰러움이 뒤섞인 감정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혼란스러운 일상은 점차 익숙해져 갑니다.
어느덧 퇴근 시계를 바라보며 하루의 고됨을 보람으로 바꿔낼 준비를 합니다.
요양원에서 하루를 함께하는 동료들은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어르신들의 곁을 지킵니다.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전문적인 간호를 제공하는 든든한 간호사님들,복잡한 행정 업무를 처리하며 요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향하는 복지사님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어르신들의 일상생활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바로 저희, 요양보호사들입니다.
이곳에 계신 어르신들의 대부분은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계십니다. 특히 기저귀 케어는 요양보호사에게 가장 큰 육체적 부담 중 하나입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의 무거운 몸을 지탱하며 기저귀를 교체하는 것은 상상 이상의 힘든 작업입니다. 배변 처리 과정에서 불쾌한 냄새를 맡고 직접 오물을 치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잠결에 깨웠다는 이유로 예상치 못한 신체적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꼬집힘, 할큄, 심지어 침뱉음까지… 마음의 상처를 입는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은 이러한 어려움 앞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대처합니다. 오히려 환한 미소로 어르신들을 따뜻하게 안아 드리고, 사랑스러운 뽀뽀를 건네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드리기도합니다. 식사 후, 수많은 약을 챙겨 드려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삼키기 어려워 뱉어내시거나, 강하게 거부하시는 어르신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하고 돕는 과정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합니다.
이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요양보호사들이 지치지 않고 어르신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어르신들을 향한 진심 어린 존경과 사랑 때문일 것입니다. 힘든 순간에도 어르신들의 해맑은 미소와 따뜻한 눈빛은 요양보호사들에게 가장 큰 보람이자 위로가 됩니다. 오늘도 저희는 묵묵히 요양원 문을 열고, 어르신들의 소중한 하루를 정성껏 채워나갈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존경스러운 요양보호사님들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