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2일 목요일
새벽녘,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희끄무레한 빛에 눈이 저절로 떠진다. 요양원의 아침은 늘 이렇게 조용하고도 경건하게 시작된다. 옆 침대의 김 할머니는 벌써 일어나 앉아 오래된 가족사진을 물끄러미 보고 계신다. 저 사진 속 젊은 날의 얼굴들은 할머니의 기억 속에 얼마나 또렷하게 살아 있을까.
내 몸은 예전 같지 않다. 젊은 날의 기개는 온데간데없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하지만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옅은 안개 사이로 솟아오르는 아침 해가 나를 반긴다. 마치 "오늘도 살아내느라 수고했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조용히 들어와 내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따뜻하다. "어르신, 오늘도 좋은 아침입니다." 그 한마디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인다.
곧 식당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주방 선생님들은 오늘도 우리 건강을 위해 정성껏 식사를 준비하셨겠지. 부드러운 죽과 따뜻한 국, 신선한 반찬들이 차례로 테이블에 놓이면, 왠지 모르게 잔칫날 같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젓가락을 들 때마다 감사의 마음이 샘솟는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복도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박 할아버지는 오늘도 유쾌한 이야기로 주변을 환하게 만든다. 그 웃음소리가 마치 아침의 선율처럼 내 마음을 울린다. 옆자리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젊은 날의 소박했던 행복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어진 아침 체조 시간.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앞에 서서 부드러운 동작을 시범 보인다. 뻣뻣한 몸이지만, 최대한 따라 하려고 노력한다. 비록 몸의 움직임은 제한적일지라도, 이 작은 운동이 하루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소중한 시간임을 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면 왠지 모르게 뿌듯해진다.
창가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이 아침의 작은 사치다. 고요함 속에서, 때로는 옆자리 친구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각자의 방식대로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삶의 아름다움과 존엄성이 느껴진다.
오늘 아침도 평화롭고 따뜻하게 시작되었다. 비록 몸은 늙었지만, 마음속 청춘은 여전히 꿈을 꾸고 희망을 노래한다. 치매로 인해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이 아침의 고요함과 평화로움만큼은 영원히 내 기억 속에 자리하길 바라본다. 오늘도 이렇게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이 작은 희망의 불씨가 내 남은 날들을 밝혀주기를.
오늘 하루, 어떤 작은 기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부천부모섬김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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